회전목마
조던 필 감독의 데뷔작 <겟 아웃> 본문
'겟 아웃'은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다. 조던 필 감독은 인종차별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스릴러의 외피에 감싸 우리에게 던진다. 그 결과물은 충격적이면서도 묘하게 매혹적이다. 이 영화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 불편함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주인공 크리스(다니엘 칼루야)는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의 부모님을 만나러 시골로 향한다.
처음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점차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흑인 정원사와 가정부의 어색한 행동, 로즈 부모의 과도한 친절, 그리고 주변 백인들의 은근한 차별... 크리스는 점점 더 깊은 의혹의 늪에 빠져든다.필 감독의 연출은 예리하다. 그는 공포를 단순히 점프 스케어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은근한 불안감을 조금씩 쌓아간다.
초반부의 평화로워 보이는 장면들조차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 이는 마치 인종차별이 현대 사회에서 작동하는 방식과 닮아있다. 노골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불편한 현실을 영화는 그대로 반영한다.다니엘 칼루야의 연기는 탁월하다. 그의 얼굴에 스치는 미묘한 감정들 - 불안, 의심, 두려움, 그리고 분노 - 은 관객을 크리스의 상황에 완전히 이입하게 만든다.
앨리슨 윌리엄스 역시 복잡한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낸다. 그녀의 미소 뒤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려는 관객의 노력이 영화의 긴장감을 더한다.영화의 미술과 음향도 주목할 만하다. 앞마당의 완벽하게 정돈된 잔디, 고풍스러운 저택의 내부 장식 등은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을 준다. 마이클 에이벨스의 음악은 이런 분위기를 절묘하게 보완한다. 특히 메인 테마는 아프리카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겟 아웃'의 각본은 치밀하다.
초반부에 던져진 복선들이 후반부에 가서 모두 의미 있게 회수된다. 티스푼으로 차를 젓는 소리, 사슴 머리 장식, 면화 솜 등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관객에게 퍼즐을 맞추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메시지에 있다. '겟 아웃'은 현대 사회의 은밀한 인종차별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나는 오바마에게 세 번이나 투표했을 거야"라는 대사는 겉으로는 진보적이지만 내면의 편견을 버리지 못한 백인들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정말로 편견에서 자유로운가?"조던 필의 '겟 아웃'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공포, 스릴러, 블랙 코미디, 사회 비평... 이 모든 요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의 머릿속에선 여러 질문이 맴돈다. 우리 사회의 인종 문제는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우리는 정말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가?'겟 아웃'은 단순히 공포를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는 거울이며, 동시에 변화를 촉구하는 외침이다. 영화는 끝나지만, 그 여운은 현실 속에서 계속된다. 조던 필은 이 영화로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그것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대화야말로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